수의사·대학원생 몰입 사례 | 몰입클럽 2026년 9월 2주차
2026년 9월 13일 몰입클럽 줌 미팅에서는 네 분의 몰입 사례가 소개되었습니다. 직업도 나이도 전혀 다른 분들이었지만,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하나의 공통점이 드러납니다. 우리의 의식은 그냥 두면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그 방향은 대개 좋지 않은 쪽이라는 것입니다.
황농문 교수는 이것을 엔트로피 법칙으로 설명합니다. 내가 하는 일의 어두운 면만 계속 바라보게 되고, 그 생각은 매번 증폭되어 결국 일도 삶도 지겨워집니다. 이번 회차의 네 사례는 그 흐름에 의도적으로 개입한 사람들의 기록입니다. 지금 하는 일이 지겹고, 벗어나고만 싶고, 생각하려 하면 걱정부터 앞선다면 이 이야기들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40대 수의사 A씨의 몰입 사례: 17년 차 번아웃, 3주 만에 출근길 감정이 바뀐 이유
수의사가 된 지 17년, 동물병원을 직접 운영한 지 13년이 된 40대 A씨는 주 6일 출근해 바쁘든 바쁘지 않든 병원에 묶여 있어야 하는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개업 초기부터 출근할 때마다 극심한 불안이 따라다녔고, 병원에서 에너지를 모두 쏟고 나면 가정과 육아에 쓸 힘이 남지 않았습니다. 오랫동안 그 불행의 원인이 매일 반복되는 출근이라고 믿었지만, 지금 돌아보니 늘 불안하고 초조해하던 자기 자신이었다고 A씨는 고백합니다.
거기에 투자 실패로 인한 부담이 겹쳤습니다.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어 2년간 부동산 경매를 공부했지만, 결과적으로 부담스러운 상가가 남았고 공실과 이자 부담이 이어졌습니다. 괴로움을 피하려다 또 다른 괴로움이 생겼고, 결국 다시 병원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로 돌아왔습니다. A씨는 이 상황을 "중력처럼"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벗어나려는 시도 자체가 없었던 것도 아닙니다. AI로 코딩을 독학해 아내의 공방 쇼핑몰을 혼자 만들었고, 안드로이드 앱도 두 개 개발했으며, 수의사를 돕는 무료 차트 프로그램과 투자 실패 경험을 담은 책도 시작했습니다. 다만 완성한 것이 거의 없었습니다. 돌이켜보니 끝까지 마친 일에는 하나의 조건이 있었습니다. 언제까지 해야 한다는 외부의 제약이 있을 때뿐이었다는 것입니다.
황농문 교수의 제안은 A씨의 예상과 정반대였습니다. 벗어나려 애쓰지 말고, 지금 하고 있는 동물병원 운영 자체에 몰입해 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일이 즐거워지면 대부분의 문제가 따라서 풀린다는 이야기였습니다. A씨는 병원이 바빠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지만, 몰입 상태에서는 불안과 두려움의 강도도 낮아진다는 설명을 듣고 "동물병원 매출을 3배 상승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몰입 주제로 정했습니다.
변화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습니다. 1주차에 A씨는 진료에 대한 거부감이 줄었다고 말했습니다. 예전에는 유튜브를 보다가 진료가 오면 하기 싫은 마음이 컸는데, 몰입하다가 진료로 넘어가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2주차에는 몰입 주제가 "나는 어떤 가치를 사람들에게 줄 수 있을까"로 확장되었고, 자신이 가진 가장 큰 자산이 17년간 쌓은 임상 경험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곧바로 AI에게 병원 PC에 있는 최근 7~8년간의 진료 사진 데이터를 검색하고 분류하도록 시켰고, 반려동물 보호자를 위한 전자책을 구상하기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도전이 전부 자신의 생업을 기반으로 한다는 사실에 마음이 설렌다고 했습니다.
3주차 통화에서 A씨는 가장 뚜렷한 변화를 이렇게 전했습니다. 원래 아침 출근길 감정이 상당히 좋지 않았는데, 2주차부터는 안 좋았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바쁜 날이 있어도 그 때문에 힘들다는 기분이 잘 들지 않고, 늘 손이 가던 숏폼과 유튜브는 거의 보지 않게 되었습니다. 쉬운 도파민을 좇는 대신 이완된 상태로 생각하는 쪽이 오히려 에너지를 준다는 것을 체감했기 때문입니다.
✓ 의식의 흐름에 개입하는 것
황농문 교수는 "자연스러운 의식의 흐름은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쪽, 즉 나빠지는 쪽으로 간다, 의도적인 몰입은 그 흐름을 그대로 두지 않고 내가 참견해서 생산적인 방향으로 질서를 잡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대학원생 B씨의 몰입 사례: 553주차, 몰입 습관 위에 AI를 얹어 만든 결과
몰입클럽에서 가장 오랜 기간 몰입을 이어오고 있는 B씨의 기록은 553주차에 이르렀습니다. 이번 주는 몰입도를 끌어올리기보다 앞서 설계한 실험의 데이터를 직접 발로 뛰며 모은 한 주였습니다. 데이터 수집을 도와주는 한 교수님은 평생 해온 일을 무엇이라 설명하지 못하다가 황농문 교수의 책을 읽고 비로소 모든 것이 설명되었다고 했고, B씨는 그 만남에서 다시 동기를 얻었습니다.
이번 주 B씨에게 가장 큰 충격을 준 것은 새로 나온 AI 모델이었습니다. 이전까지의 자동화는 사실상 반자동화에 가까웠습니다. 결과물을 받아 문서를 열고 확인하고 다듬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지시만 내리면 문서 작성부터 메일 발송까지 이어지고, 품질도 직접 한 것보다 낫다고 했습니다.
B씨가 주목한 지점은 효율이 아니라 몰입이었습니다. 예전에는 이런 작업을 하는 사이 몰입이 중간에 끊기곤 했는데, 이제는 명령만 내리면 되니 몰입도를 떨어뜨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자신의 분야인 사회과학의 논리 전개만큼은 AI가 아직 완벽히 따라오지 못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주의 결과도 분명했습니다. 급하게 제출한 논문이 마이너 리비전을 받아 다듬고 있고, 직전 주말에는 시장상을 수상했습니다. B씨는 더 높은 몰입도를 유지하겠다는 다짐으로 일지를 마무리했습니다.
✓ AI를 부리는 법을 익혀라
황농문 교수는 "각 AI마다 특징이 있으니 어떻게 명령을 줘야 원하는 결과가 나오는지 부리는 방법을 익혀야 효용성이 올라간다"고 조언했습니다.
50대 연구원 C씨의 몰입 사례: 600일째, 하루 생각 시간 14~16시간의 기록
50대 연구원 C씨의 몰입 일지는 600일차에 도달했습니다. C씨는 매일 수면 시간, 선잠 횟수, 생각한 시간, 몰입도, 기분을 기록합니다. 이번 주 기록을 보면 생각 시간은 10시간, 15시간, 16시간, 11시간, 14시간으로 이어졌고 몰입도는 대부분 95%였습니다.
황농문 교수는 이 정도의 지속적인 사고가 바로 의식의 엔트로피를 낮추는 삶이며, 이완된 집중으로 하기 때문에 전혀 힘들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휴식에 대한 관찰이었습니다. 토요일 하루 영화를 보고 여유 시간을 보낸 다음 날, 생각의 주제를 억지로 전환하려 할 때보다 오히려 잡념이 적고 몰입에 더 쉽게 들어갔다고 합니다. 쉬는 동안 연구를 해야 한다는 마음이 더 간절해졌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것이 C씨의 해석입니다.
AI를 활용한 글쓰기에서도 나름의 노하우를 얻었습니다. 문단과 섹션 단위로 화제와 주어를 유지하도록 구체적으로 지시하자 글의 구성이 눈에 띄게 좋아졌고, 핵심 메시지의 방향과 마지막 논리 흐름을 다듬는 일은 여전히 자신의 몫이었습니다. 덕분에 생각이 필요한 재미있는 부분에 더 충분한 시간을 쓸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 주에 C씨는 패턴 형성 논문을 마무리해 교수님들께 보냈고, 마음이 홀가분해졌다고 적었습니다. 동시에 자신의 일에만 몰두하느라 주변을 돌아보는 일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겠다는 성찰도 남겼습니다. 그리고 미뤄두었던 열역학 문제로 다시 워밍업을 시작하며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썼습니다.
✓ 하루 종일 한 주제만 생각하는 것
황농문 교수는 "하루에 10시간, 15시간씩 그 문제에 관한 생각만 하는 것이 의도적인 노력으로 의식의 엔트로피를 낮추는 것이며, 이완된 집중으로 하기 때문에 전혀 힘들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39세 직장인 D씨의 몰입 사례: 생각이 '걱정'에서 '아이디어'로 바뀐 2주
중소기업 생산직으로 10년 넘게 일해온 39세 D씨는 업무 환경의 변화 속에서 비전을 잃어가던 중 광고대행업을 알게 되어 회사를 다니며 부업으로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관련 강의를 들어도 집중이 되지 않고 이해가 어렵다는 점이었습니다.
돌이켜보니 자신은 '생각'이 아니라 '고민과 걱정'에 가까운 방식으로 문제를 대해왔습니다. 한 문제를 깊이 생각한 시간은 길어야 10분이 되지 않았고, 그 짧은 시간마저 긴장감과 "해결하지 못하면 어쩌지"라는 불안 속에서 보냈습니다. 그래서 D씨에게 생각한다는 것은 늘 부정적인 느낌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프로그래밍 동아리 시절 "왜 이 문법을 쓰는 걸까"라는 질문 하나로 한두 시간을 몰입했던 경험이 있었지만, 대회 준비를 하면서 빠르게 답을 제출하는 것이 중요해지자 그 습관은 사라졌습니다.
2주차 일지에서 D씨는 수면 7시간 30분, 러닝 50분, '1초 원칙' 실천 6시간을 기록했습니다. 점심 무렵부터 실제 고객이 찾는 상품을 조사하고 각 상품을 어떻게 연계할지 생각하던 중, 그동안 공부해온 내용과 상품이 연결되는 아이디어가 불현듯 떠올랐습니다. 메모장에 적는 순간에야 "이 아이디어가 어떻게 나온 거지?"라는 감탄이 들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공부한 내용이 그물처럼 이어지고 이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가장 큰 수확은 이해의 전환이었습니다. 처음 "생각은 편안하게 하는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을 때는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이 주를 통해 확실히 이해하고 서서히 체화되는 것을 느꼈다고 합니다.
위기감과 조급함이 올라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문제를 해결할 때의 생각은 그것과 별개로 편안하게 할 수도 있다는 깨달음이었습니다. 며칠 뒤 일지에서는 이완된 상태로 사업을 생각하면 힐링하는 기분이 든다고 적었습니다. 광고대행업 사업 구조 설계는 마무리되었고, 다음 주부터 광고와 고객 창구 작업에 들어갑니다.
✓ 이완된 집중은 터득하는 것
황농문 교수는 "이완된 집중을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드물고, 계속 피드백을 받으면서 수정해 가는 과정에서 터득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네 사례가 함께 말해주는 몰입의 세 가지 원리
네 분의 몰입 사례는 직업도 상황도 다르지만 같은 곳을 가리킵니다.
📌 핵심 요약
✓첫째, 환경을 바꾸기 전에 그 일에 몰입해 보아야 합니다.
수의사 A씨는 십수 년간 직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상황은 제자리였습니다. 벗어나려는 시도 대신 그 일 자체에 몰입하자 3주 만에 일을 대하는 감정이 달라졌습니다. 벗어나야 할 대상처럼 보이던 17년의 임상 경험은 오히려 자신이 가진 가장 큰 자산이 되었습니다.
✓둘째, 몰입의 첫 변화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감정입니다.
대단한 발상이 떠오르기 전에, 하기 싫던 일이 덜 싫어지고 출근길 기분이 달라집니다.
황농문 교수가 『몰입』에서 강조하듯,
"몰입을 하면 내가 하는 일에 소명 의식까지 생긴다"고 할 만큼 몰입은 일을 대하는 태도 자체를 바꿉니다.
✓셋째, 생각은 긴장이 아니라 이완 속에서 해야 합니다.
D씨가 10분을 넘기지 못한 이유는 능력이 아니라 불안이었습니다. 조급함은 그대로 두고 생각만 편안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생각하는 시간이 힐링이 되었습니다. C씨가 하루 15시간을 생각하고도 힘들지 않은 것 역시 같은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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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묻는 질문
Q. 지금 하는 일이 너무 싫은데, 그 일에 몰입하는 게 가능한가요?
A. 이번 회차 수의사 사례가 바로 그 경우입니다. 십수 년간 직업에서 벗어나려 애썼지만 상황은 그대로였고, 오히려 그 일에 몰입하자 3주 만에 일을 대하는 감정이 달라졌습니다. 황농문 교수는 싫은 일의 어두운 면만 보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의식의 흐름이며, 의도적으로 밝은 면을 보려는 노력이 그 흐름을 바꾼다고 설명합니다.Q. 몰입을 시작하면 가장 먼저 어떤 변화가 나타나나요?
A. 발표자들이 공통적으로 말한 첫 변화는 감정이었습니다. 출근길 기분이 좋아지고, 하기 싫던 일로 넘어갈 때 거부감이 줄어듭니다. 이후 집중력이 올라가고 예전에 읽은 내용이 떠오르며 아이디어가 이어지는 단계로 넘어갑니다.Q. '이완된 집중'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 건가요?
A.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 없이, 편안한 상태로 한 주제를 계속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번 회차 직장인 사례에서는 조급함이 올라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로 두고 생각만 따로 편안하게 하는 방식으로 체득했습니다. 황농문 교수는 대부분 처음에는 어려워하며, 피드백을 받으며 수정해 가는 과정에서 터득한다고 설명합니다.Q. 하루에 몇 시간 정도 생각해야 효과가 있나요?
A. 이번 회차 연구원 사례는 하루 10~16시간을 기록했고, 황농문 교수는 이 정도가 되어야 몰입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설명합니다. 다만 처음부터 그 수준을 목표로 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른 발표자들은 하루 3~6시간 수준에서 시작해 감정과 아이디어의 변화를 경험했습니다.✍️ 편집자 한마디
이번 회차를 정리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수의사 발표자가 자신의 지난 태도를 돌아보며 남긴 한 문장이었습니다. 경쟁에서 밀려 자연스럽게 도태되면 그때 다른 길을 찾으면 되겠다고 생각해왔는데 — "그것이 바로 인생의 무질서도가 증가하도록 내버려 두는 태도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 라고 적은 대목입니다. 체념은 대개 여유로운 얼굴을 하고 찾아오기 때문에, 그것이 사실은 방치였다는 것을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우리도 무언가를 포기할 때 흔히 담담하다고 말하지만, 그 담담함이 정말 받아들임인지 아니면 흘러가도록 놓아버린 것인지는 구분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내가 가장 담담하게 놓아둔 것은 무엇인지, 그 질문이 오래 남습니다.
체념은 받아들임이 아니다